원래 에바를 끝까지 보려고 했는데 도무지 집중도 못 하겠고 해서 더 위치를 켰습니다.
이번이 두 번째 감상인데, 다시 봐도 참 좋아요. 기승전결이 뚜렷하게 읽히기 보다는 한 가족의 연대기를 시간 순으로 보여주는 듯한, 차라리 다큐멘터리에 더 가까운 건조한 플롯이 맘에 듭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는 ㄷㅁㄷ의 세계관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꼭 보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룰북에서 끝도 없이 반복해서 언급하는 "모독적인 분위기"를 이보다 더 잘 표현한 영화는 찾기 어려울 테니까요.
영화의 구조에 대해서 조금 더 이야기해보자면, 실제 역사 속에 존재하는 세일럼 마녀 재판의 기록을 기반으로 하여 만들어진 영화라는 점이 한 가지 특색이라고 생각해요. 이 영화 속에는 역사라 이름 붙여진 굳건한 현실과 근대인들의 무지, 혹은 공포라 불리는 비현실이 공존하고 있어요. 영화 속에서 그 둘은 하나가 되고요. 우리는 흔히들 근대인들이 자신들이 이해하지 못 하는 현상을 악마의 소행으로, 마녀의 저주로 치부했다고 역사를 해석하곤 합니다. 그러니 토마신의 가족에게 닥친 비극을 지극히 역사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단지 신대륙 개척시대, 척박한 땅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해야했던 청교도인 가족의 이야기라고 볼 수도 있을 거에요. 그러나 동시에 이 이야기는 신의 은총이 닿지 않는 땅에서 한 가족이 악마에 의해 파멸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 가족 안에서 손쉬운 의심과 비난이 되었던 토마신이 마녀로 거듭나게 된 것은, 호러의 맥락에서도 역사의 맥락에서도 설명할 수 있는 이야기고요.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토마신일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해요. 토마신으로 인해서 비로소 두 세계 사이에 접점이 탄생하니까요.
아무튼, 두 번 봐도 재밌는 영화네요! 이거 보니까 또 악.아. 돌리고 싶다... 악아광기가 해제되지 않아요...
나도 한줄 평
신에게 사랑받는 사람의 말로는 비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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