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는 있는데 이게...
원래 로맨스 소설이 취향은 아니다. 쥐여주면 보기는 보는데 굉장히 괴로워하면서 본다. 대체 괴로워 하면서 왜 끝까지 보냐고 하면, 로맨스 소설의 여주인공은 대개 전형적으로 사랑스럽거나 전형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사랑스럽기 때문에 놓을 수가 없다. 로맨스 장르가 나에게는 거대한 갓캐 포로 수용소인 셈이다. 오만과 편견도 그래서 끝까지 봤고 (어마무시하게 지루하긴 했음) 이젠 제목도 기억 안나는 무슨 한국 결혼 소설도 그래서 끝까지 봤다. 5화쯤부터 홧병으로 졸도할 지경이 되어가면서까지 브리저튼을 끝까지 본 것도 그런 이유다.
개인적인 감상을 제치고 보면, 나름대로 노력한 구석이 보이는 작품이라 해야겠다. '결혼과 가정에 자신의 가장 중요한 가치를 부여하는 여자 캐릭터'라는 트리키한 인물을 매력적으로 그리기 위해 어떤 장면을 연출해야 하고 어떤 대사를 써야 하는지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고 해야하나. 아무튼 로맨스는 여자가 보는 장르고, 넷플릭스는 젊은 층이 주로 이용하고, 넷플릭스 로맨스 드라마에 저런 캐릭터를 등장시키면서 충분히 고민하지 않으면 대차게 욕 처먹을 게 분명하니까. 어떤 사람들은 다프네가 결혼에 너무 연연하는 게 별로라고 하는데, 나는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이 드라마가 다프네를 그리는 방식이 마음에 든다. 다프네의 행복은 분명 결혼과 가정에 있지만, 그게 자신의 인생 전부를 배우자 될 남성에게 위탁한다는 뜻은 아니다. 다프네는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 안에서 자신의 행복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인물이다. 진부하기 짝이 없는 빅토리아 시대 귀족 결혼이라는 상황 안에 현대적이고 능동적인 여성상을 배치했다는 점이 이 드라마 나름의 재미였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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